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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선배의 조언

함씨생각 2023. 7. 8. 09:01


나는 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1년 육아휴직을 썼다.

회사 이외에 다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육아전담주체가 없다는 이유로 쉬게 되었고

코로나 이후에는 조금 휴직제도가 편해진 거 같지만
19년도만 해도 특히 남자직원의 육아휴직은 거의 회사 그만두겠다는 선전포고 같은 느낌이었던 거 같다.

오늘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 지인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먼저 휴직을 해본 선배(?) 입장에서 주의사항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1.수입과 지출


급여는 아래의  2022년 기준으로 참고하면 된다.
답답하면 회사 인사실에 문의하면 되고

다들 급여를 물어보는데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아니 관심이 별로 없었다. 어차피 그 시점 법적기준, 회사기준에 맞춰줄 텐데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는가
싶다.

머 처음 3개월에는 좀 더 많이 주고
4월 차부터는 좀 덜 준다는 느낌만 기억하면 된다.




물론 갑자기 주 소득원이 사라짐으로써
매월 캐시플로우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궁금해한다는 건 알고 있다.

대신 나는 육아휴직기간의 캐시플로우를 짜보긴했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통장 잔여가 4,000만 원 있으면
12개월 육휴기간에 따라 매월 300만 원 이하만 쓰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실제로는 월급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육휴월급은 만일의 사태를 위한 보험으로 두고. 마이너스통장이 되든
보유현금이 되든 그걸 까먹으면서 생활하는 거다.

난 육아휴직을 한 거고. 당연히 돈을 까먹는 시기이다.
이거 아니어도 육휴기간 동안에 많은 챌린지가 들어오는데 굳이 가정에 현금이 빠지는걸 고민할 필요가 있나 싶다.

나중에 복직해서 다시 벌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으로
금전적인 부분은 조금 멀리 떨어뜨려놓자.

대학시절 때는 시간이 많을 땐 돈이 없고
사회생활 때는 돈은 좀 있는데 시간이 없었다.

- 육휴기간만큼은 시간도 많으니 돈도 화끈하게 써보도록 하자


2.독빼기


육휴기간 초반에는 내 몸속에 독을 빼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먼 소리인가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초반 2~3개월은 좋으면서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평생을 학교, 직장 등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가야 할 목적지가 있던 삶을 살았는데 갑자기 2~30년 만에 그게 사라진 것이다

물론 자녀를 어린이집 보내는 시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기준에서 순간적으로 삶의 목적지가 사라진 느낌이다.

난 2~30년간 학교, 회사라는 목적지를 가던 패턴을 독으로 표현했다. 독이라는 것은 기존에 나에게 당연시 자리 잡고 있는 가치관, 습관 같은 개념일 수도 있다.

이 독을 빨리 빼내고 주체적인 삶, 전혀 다른 가치관에 대한 정립 및 이해를 하지않으면 급격히 무력해지고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우울해질 수도 있다.

물론 뒤처진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조차도
그동안 쌓아온 독이기도 하다.

- 전혀 다른 생활환경 속에 노출되는 만큼 새로운 가치관을 깨닫고 정립해 보자


3.육아휴직은 마냥 편하지않다


나도 주변에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한테는
부럽다. 나도 또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정작 내 육아휴직기간은 상당히 멘털적으로
흔들렸던 시기였다.

1) 특히 남자가 육아휴직을 쓴다는 행위만 봐도
회사 도피성, 아이건강문제, 육아주체부족 등
내 주변여건이 좋지 않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가 없으면 굳이 대다수의 남자들은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

불편한 상황 속에서 정답지로 꺼낸 게 육아휴직인 거다. 그러나 이게 모든 걸 해결해 준 게 아니다.
잠시 유보한 거일뿐이니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진짜 정답을 가져와야 한다.


2) 회사생활하면서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다가
육휴기간 동안에는 하루종일 한마디도 못할 수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아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갑작스럽게 줄어들면서 자존감이 하락하고
우울해질 수 있다. 기존 생활패턴도 바뀌어 밤늦게까지 잠못이루다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등
그냥 폐인이 되기도 한다.
(경비아저씨가 불쌍했는지 박카스도 주곤 했음)

- 육아휴직의 좋은 부분만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4.시간활용법


회사는 친목도모의 공간이 아니라
이윤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들의 집단이다.

그 전문가 집단에서는 당연히 더 회사에 헌신하고
가치를 만들어온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육아휴직은 복직후 회사생활동안 계속적으로
나를 따라다니는 주홍글씨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야 된다.

그러므로 그 선입견들을 뛰어넘을 경험을 육휴기간에 쌓아가야 한다.

그 경험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자격증공부,
그동안 부족한 독서,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일 수도 있고 삶에 대한 태도를 정립하는 것일 수도 있다.

머 때론 직장인일 때는 몰랐던 하루하루빨리 크고 있는 자식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

- 특별한 시간이니 허투루 보내지 말자.


5.다시 쓸 수 있다면?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땐
인생에서 큰 배움이 있던 소중한 시기이기에
당연히 다시 쓰고는 싶다.

다만 다음번에 육휴를 쓸 거면
차라리 퇴사를 하지 않을까 싶다.

복직 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육휴자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려는 노력이었다.
그래야 나도 발전이 있고, 나 다음으로 개인사정이 있어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육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서
육휴에 대해 더 안 좋은 시각이 생긴거고
회사도 직원도 눈치 주고 눈치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 거라고 본다.

- 권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책임도 져야 한다


※한줄평 : 내 인생이고, 남이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니
다른 사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 소신껏 살자.